원로문인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의 글에는 젊은이들이 주는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연륜에서 묻어나는 세월의 지혜를 일깨워준다.
최승범 교수의 에세이 ‘돌아보며 생각하며’ 역시 등단 50년이란 무게를 느끼게 할 정도로 탄탄한 글쓰기가 담겨져 있다. 그동안 도내 언론에 발표한 단상을 한데 묶은 이 책을 통해 노 문인은 “세상살이가 결코 만만치 않지만 살만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그것도 큰 울림이 아닌 나지막한 소리로.
저자가 “그때그때 우리의 세상살이 돌아보며 생각하고 자신 스스로를 챙겨보고도 싶었다”는 서문의 고백처럼 뒷날을 위한 저자의 바람과 더불어 자기 성찰을 겸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저자는 비록 문학의 향기는 미미한 것이라 해도 나의 수필에서 떨쳐버릴 수만도 없는 글들을 기록했다고 말한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주변의 사물에 대한 따뜻한 애정, 그리고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 그리고 살아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 등을 이어내고 있다.
제 1장에서는 세시풍속에서 만나는 의미를 담담하게 풀어냈으며, 제 2부에서는 애국충정의 인물과 예술인, 그리고 각종 전시회에서 느낀 감흥을 전달해 놓았다. 또한 3부에서는 전주의 대표적 축제와 문화예술에 대한 단상을, 제 4부에서는 도내 천연기념물과 서식하는 나무에 대한 고마움과 제 5부에서는 전주의 먹거리에 대한 저자의 박식함을 실어냈다.
특히 각종 고문헌에 나오는 명구 등을 동반한 글들은 저자가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치열한 학문정신을 통해 에세이라는 글이지만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던져주고 있어 이즈음 글들에 대한 경종도 울려주고 있다. 70순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현역작가로 활동 중인 그의 끊임없는 문학사랑과 글쓰기에 대한 모범답안을 보여주는 이 책은 한 작가가 바라보는 고향산천에 대한 사랑 그 자체다.
/전라일보 기사(이상덕기자)
남원 출신으로 현재 전주스타뱅크 부설 고하문예관장과 전북대 명예교수로 재직중인 최교수는 1958년 ‘현대문학’에 시조를 발표하며 문단에 오른 후 한국문화단체총연합회 전북지부장과 한국문화재보호협회 전북지부장, 한국언어문학회장을 지냈으며 정운시조문학상, 한국현대시인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문학상, 한국시조대상 등을 수상했다. 최근 저서 '벼슬길의 푸르고 맑음 바람이여' '세월 꽃 여인' '소리' 등 이 있다.